지극히 개인적인.../아이들 이야기

코로나가 무섭다

러브리치 2020. 9.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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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사태로 인해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교육 기관은 잠정적 휴원, 휴교령이 내려졌고 집회나 모임도 10명 미만의 인원만 모이도록 하고...

지금껏 잘 가르쳐서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올려 놓았는데 다시 내려갈까봐 걱정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관리하겠다며 저희에게 오지 말고 곧바로 집으로 가라고 했답니다.

예의없게도 미리 방문하겠다는 연락조차 없이 무작정 찾아와서 애들을 부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갔습니다.

학교에서 알아서 공부를 시키겠다고...

관리? 공부?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이게 강의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였습니다.

 

그냥 EBS에 좋은 무료 강좌들 많으니까 그걸로 학습하라고 하지 왜 이런 걸로 강의를 하시지?

과제는 저게 뭐야? 

우리 애들 바보되겠는데?

내가 어떻게 가르친 애들인데?

얼마나 아까운 애들인데?

 

그 많은 아이들을 전부 학습시킬 순 없었습니다.

중 1학년 아이들정도? 

제 출퇴근 시간과 아이들의 온라인 강의가 끝나는 시간을 피해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시간표가 매일 다르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를 해 줬습니다.

학교 교과서로 선행 학습을 하면 안 되니 기존의 교재로 학습을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수업은 카카오 페이스 톡을 이용했습니다. 

제가 수업하는 내용만 보면 되니 굳이 서로 얼굴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기 얼굴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말 의심(?)스러우면 카메라를 켜도록 합니다. 😊

확인은 해야죠.

필기를 제대로 하는지, 낙서하며 놀고 있진 않는지, 문제는 제대로 풀었는지, 중요하다는 부분에 표시는 해 뒀는지 등...

전 제 아이들을 믿습니다.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굳이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다.

평소 그 아이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면 아이가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거든요. ^^

어떤 아이가 자꾸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틀림없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이해를 못 하고 있는데 이해하느냐고 물으면 이해한다고 대답합니다.

거짓말입니다. 설명을 하라고 하면 못 하니까요. 평소에도 자신감이 없어서 목소리에 힘이 없는 아이입니다.

자신감부터 키워줄 필요가 있는 아이입니다. 매우 열심히 공부하는데 다른 아이들만큼 학습 성과가 나오질 않는 아이라 그 아이의 속도에 맞춰야했습니다. 

단어 읽는 방법, 문제 푸는 방법, 기초 문법은 반복하며 설명하고, 문제를 풀면 그게 왜 답이 되는지 설명해 볼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 아이들이 답만 알고 넘어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이해를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설명을 시켜봅니다. 왜 그게 정답인지, 왜 그게 틀렸는지 설명해 보라고...

처음엔 힘들어합니다. 문제를 풀긴 풀었고, 풀어서 답도 맞았는데 왜 그 답이 맞는지 설명해 보라니..

당황할 법도 하죠. 어렵죠. 

지금껏 그런 학습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처음엔 책을 여기저기 찾아봐요. 그래서 설명할 말을 정리합니다.

물론 문장으로 매끄럽게 나오진 않고 단어들로 조금씩 시작합니다. 그것도 작은 목소리,자신감 없는 목소리, 눈치보는 목소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평소에는 그렇게 목소리가 크던 아이들이 설명을 시키니 그렇게 조용할 수가 없던데요?  😅

그건 옛날(?) 얘기고 지금 아이들은 설명을 제법 잘 합니다.

한글 문장의 어법이 조금 틀릴 뿐이지 논리적으로 왜 그게 답인지, 왜 틀린지 설명 잘 해요.

설명을 못 하는 그 아이도 처음에는 단어들로만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다는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어떻게든 그 시간을 활용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수업을 했습니다.

전 아이가 대답할 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편이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수업을 마지막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뒤에 기다리는 아이가 없기때문입니다.

 

얼굴은 안 보이지만 소리는 들립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대충 어떤 자세로 수업을 듣고 있는지 정도는 압니다.

글씨가 틀려도 지우지 않고 대충 필기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지우라고 시킵니다. 😁

지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거든요. ^^;

아이도 인정합니다. 지우지 않았다고, 그냥 대충 적었다고요.

신기해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

그게 뭐 그리 신기하다고...😄

이러니 예쁘죠.ㅋㅋㅋ...

 

다행인 건 사무실에서는 제가 아이들에게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이들이 말을 안 했기 때문이죠. 🥰

사무실에서는 아이들이 단어만 외우는 걸로 알고 계세요.

 

제가 아이들에게 날짜와 시간을 정해주고 사무실에 가서 단어 시험을 치르라고 미리 말합니다.

또 사무실에도 미리 말을 해 둡니다.

날짜와 시간, 단어 시험 범위를 알려드리면 그에 맞춰서 아이들의 시험지를 준비해 주십니다.

단어 시험지는 코로나 확산 사태가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던 날, 사무실의 컴퓨터에 미리 저장해 두었습니다. 

사무실로 출근하시는 분들께서는 출력만 하셔서 아이들에게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만들어 놓지 않으면 그 분들께서 만드셔야 하는데, 바쁘신 분들께 제가 할 일을 대신 하게 하면 안 됩니다.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조언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영상을 만들어서 올려놓으면 아이들이 봤는지 어떤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제가 아이들에게 질문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명 한명에게 전부 전화를 하고, 똑같은 수업을 반복합니다. 비효율적이어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과외 + 학원 + 화상 영어 수업을 조금씩 활용해 봤습니다.

수업이 되던데요. ^^

 

어떻게든 됩니다. 

숙제도 내 줄 수 있고, 아이들이 질문하면 그 자리에서 설명해 줄 수 있고, 교재에 없는 내용도 부가 설명해 줄 수 있고..

필기를 잘 했는지의 여부도 금방 알 수 있잖아요. 🙂

 

학교에서는 전화 한 통 없었다고 하고, 문자 한통 왔대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오는 것 알죠? 라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게 되면 저와 함께 진행했던 영어 수업 시간에 많은 변화가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맞춰야죠. 출근하게 된다면 또 달라질테고요.

 

불편해도 공부를 하려는 아이들이 있어서 그저 고마울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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