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아이들 이야기

아이들끼리 비교를 참 많이 했어요...

러브리치 2020. 7.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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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강의를 할 때 아이들끼리 비교를 많이 했어요.

 

초등영어전문학원 열풍이 불 때였는데 수줍음이 많고, 얌전하게 생긴 여자 아이가 저희 학원에 등록한 적이 있었습니다.

말수도 없고, 어쩌다 말을 하게 되더라도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도 않고...

얼굴을 들고 말을 하지도 못 할 정도로 자신감도 없었던 여자 아이였어요.

그 당시 4학년이었는데 알파벳과 간단한 단어는 외우고 읽을 줄 아는 정도였습니다.

피아노 학원과 저희 영어 학원, 두 군데만 다니고 집으로 곧장 가는 성실한 아이였죠.

숙제도 열심히 해 왔고, 지각한 적도 없고, 결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4학년쯤이면 초등 문법과 회화를 함께 가르쳐야 하는데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 작으니까 들리질 않는 거예요.

초등 문법을 풀긴 하는데 여자 아이가 이해를 하고 푸는 건지 감으로 찍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저도 미숙했던 시절이라... 

 

그래서 비교...를 했습니다.

 

"너, 이 단어 어떻게 알아? 아직 4학년밖에 안 됐는데... 😶"

"이게 왜 답인지 설명해 볼래?" / "완벽한 설명이네. 😅"

"이 문제, 5학년 오빠도 못 푸는건데 4학년이 이걸 풀었다고? 😲우와... 집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나 봐. ^^"

 

그 학원의 5학년들 중 남학생은 없었습니다. 신기하게도 100% 여학생들이었어요. 

4학년 여자 아이가 워낙 수줍음이 많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지 못 하고, 혼자 수업을 해서 5학년과 마주칠 일도 없었고, 같은 4학년 아이들과 마주칠 일도 전혀 없었어요.

제가 만들어 낸 가짜 5학년 오빠였어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친오빠가 여러 방면으로 재능이 많아서 여동생보다 오빠를 더 많이 챙겨줬나봐요, 집에서...

오빠에 비하면 자신은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열심히 노력해도 칭찬받을 일도 없고, 볼 때마다 웃음기도 없고 풀이 죽어 있더라고요.

 

처음 학원에 올 때는 얼굴도 못 들던 아이가 한 두달 지나고 나니

생글생글 웃으며 교실 안으로 뛰어들어 오더라고요. ㅎㅎㅎ...

살짝 보이는 덧니에, 눈웃음도 예뻤어요. ^^

 

맨날 무슨 좋은 일이 생기나?? 그 때는 그냥 그렇게 넘겼어요.

애들이 웃으면 좋잖아요. 😊

 

학원에서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상담 전화를 합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 전화를 드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면 학교나 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모님께 하나하나 말을 하지 않아요.

숙제가 있었는지, 오늘 뭘 배웠는지, 선생님이나 친구들이랑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부모님들은 궁금해하시거든요. ^^

겸사겸사 전화를 드려요.

학습 경과도 말씀드리고 일주일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과제는 뭘 내 줬고, 아이의 과제 성취도가 어떠했는지 등등...

상담 전화는 초등부 원장님께서 하셨으니 제가 학부모님들과 대화를 나눌 일은 없었습니다. 😄

 

그런데!!!!

일이 터졌다고 해야 하나요...????

 

갑자기 초등부 원장님께서 절 부르시더니 전화를 바꿔 주셨어요.

얌전하던 그 4학년 여자아이의 어머님이시더라고요.

무슨 일인지 긴장도 되고 겁도 나고요.(학원에서 근무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떨렸어요.)

 

어머님 : 영어 선생님이신가요?

 

나 : 네, 제가 영어 담당인데 무슨 일이신지...

 

어머님 : 우리 딸 OO, 가르치시죠? 

 

나 :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실까요?? 

      

어머님 : 아니, 며칠 전에 저희 딸이 그러더라고요.

"영어 학원 선생님은 나한테 5학년 오빠도 못 푸는 문제를 풀었다고 칭찬도 해 주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예뻐해주는데, 왜 엄마는 나한테 칭찬도 안 해 주고 잘 했다는 말도 안 해주고 왜 오빠만 예뻐해?" 라고 하더라고요.

 

나 : 아... OO한테 오빠가 있군요? 워낙 말수가 적어서... 뭘 물어도 대답도 잘 안 하더라고요.

 

어머님 :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오빠가 있어요. 오빠한테만 신경을 좀 쓰다보니 작은 애한테 소홀하게 대했나봐요. 

          작은 애가 서운한 소리를 하길래 영어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통화하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나 : 아, 그러셨어요.. ㅎㅎㅎ.... 

 

나머지 통화 내용은 학부모님들께서 하시는 말씀들이죠. 우리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씀들이셨어요. 

친오빠가 있다는 얘기도 그 때 처음 들었고요.

그리고 왜 아이가 학원에 웃으면서 오는지도 조금 알게 되었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비교'라는 게 썩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요.

아이들의 실력, 성적, 성격,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들을 견주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과는 좋은 방향으로 흘렀는데 

과정이 좋은 방식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을 비교하고 있거든요.

 

"너희들이 가장 열심히, 가장 성실히 공부해."

"너희들만한 애들이 없어"

"누가 너희들의 기록을 깰 수 있는데? 절대 없어. 너희들이 최고야."

"거짓말같아? 증거를 보여줘야 믿겠어요? 정말로 너희들이 최고야"

"다른 분들께 맡기기엔 정말 아까운 아이들이야. 탐난다. 최고의 아이들이라 탐이 나. ^^"

 

정말 탐나고, 아까운 아이들이 많아요.

더 잘 해주고 싶고, 더 많은 걸 가르쳐 주고 싶은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 아이들이 있으니까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거죠.

아니면 진작 그만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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