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아이들 이야기

왜 나한테 묻지??

러브리치 2020. 8. 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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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이들이 얼마전에 기말고사를 치렀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니 영어에 집중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어느정도 아이들에게 시험 관련된 정보를 줬겠죠.

중요한 부분, 암기해야 할 부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들 등...

 

그런데 그걸 왜 저한테 와서 확인을 하는 거죠?

 

쌤, 학교 영어 쌤이 이게 시험에 나온다고 했는데 이게 맞는 내용이에요?

영쌤, 이게 문법적으로 맞아요? 아닌 것 같아서 영쌤한테 물어보려고 왔어요.

우리 학교 영어쌤이 이게 중요하다고 외우라고 했는데요, 진짜 이게 중요한 거 맞아요?

단어가 좀 이상한데 이런 단어가 실제로 있어요? 이런 단어가 시험에 나온대요. 진짜 이런 단어가 있어요?

 

학교 시험 문제는 학교 영어 선생님께서 출제하시는 것 아닌가요?

그럼 학교 영어 선생님께 여쭤봐야 하고, 학교 영어 선생님을 믿어야 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제 아이들이 학교 영어 선생님을 믿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께서 직접 출제하지 않으시고 여기저기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짜집기하거나,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시험 문제들을 그대로  퍼 와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는 학교 선생님들도 계시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제 아이들의 학교 영어 선생님도 그런 교사들 중 한 분이었고요)

 

이런 경우가 있나??

실제로 시험 문제를 출제하시는 '학교 선생님'은 못 믿고, 일개 영어 강사인 '나'는 믿는다??

 

왜 학교의 영어 선생님을 믿지 못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E.T. : 시험 문제를 내는 사람은 학교 영어 선생님인데 그걸 왜 나한테 확인해? 

 

아이들 : 학교 영쌤은 싫어요.

          수업보다 이상한 잔소리를 더 많이 하고 자꾸 우리를 무시하고, 다른 학교 애들이랑 비교해서 싫어요.

 

E.T. : 나는 잔소리 안 하고, 비교 안 하냐??

 

아이들 : 영쌤이랑 학교 영쌤은 다르잖아요. 

           영쌤은 기분 안 나쁜데, 학교 영쌤은 기분 나빠요. 싫어요.

 

E.T. : 다 똑같은 잔소리고, 똑같은 비굔데 뭐가 달라?? 

       학교 영어 선생님께 여쭤 봐~. 무작정 싫다고 하지 말고~

 

아이들 : 아, 싫어요. 

           그리고 학교 영쌤이랑 쌤은 당연히 다르죠.

           학교 영쌤은 우리랑 상관없는 잔소리랑 공부 잘하는 다른 학교 애들이랑 비교하면서 시간만 보낸다고요.

          근데 영쌤은 안 그렇잖아요. 

          우리 잘 되라고 잔소리하고, 공부하는 방법 가르쳐 주려고 비교하는 거잖아요.

           

이것 참... 평소에 말 좀 잘 들을 것이지...

철없는 애들이... 시험 기간이라고 말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시험 문제가 쉽게 나왔는지 아이들이 대체적으로 성적이 잘 나왔어요.

시험 범위의 단어를 외우게 하고, 단어 시험도 치르고, 본문도 손으로 직접 써 보게 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본문을 외우게 하라고 하시죠? 

전 제 아이들에게 본문을 외우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

시험 준비를 2주밖에 하질 않아서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그냥 본문을 한 번만 써 보라고 했습니다.

영어 문장 한 번, 한글 뜻 한 번, 영어 문장 한 번, 한글 뜻 한 번 .... 이런 식으로요.

영어 문장들을 한꺼번에 다~ 쓰고

한글 문장들을 한꺼번에 다~ 쓰면 

시간 낭비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모를 것 같죠? 다 압니다. ㅎㅎㅎ

 

글씨는 내(E.T.)가 알아볼 수 있게 써야 하고, 틀린 글자는 반드시 지우고 다시 쓸 것.

내(E.T.)가 알아볼 수 없으면 써 온 내용은 전부 지워버리든지 아니면 찢어버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쓰고 집에 돌아가게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샤프나 연필로 쓰라고 했어요. 지워지지 않는 볼펜이나 펜으로 쓰면 수정한다고 해도 지저분해지거든요.

그러면 그 아이는 다시 쓰거나 찢길 확률이 높아지겠죠?

 

이렇게 하라고 한 이유가 있습니다.

평소의 아이들은 글씨를 정말 대충 씁니다.

본인만 알아보면 되는거죠.

집중도 하지 않고,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날 수업 시간에 무엇을 공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글씨 하나하나 틀리지 않고 쓰고, 틀리면 지우고 다시 쓰게 되면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단 한 번을 쓰더라도 효과적입니다.

더구나 저는 글씨에 민감합니다. 한글, 영어 둘 다 제가 알아보지 못 하면 가차없이 틀렸다고 합니다. 

평소 글씨가 예쁘고 바른 학생들이라도 시험 기간만큼은 예외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꼼꼼히, 자세히 봅니다.

당연히 아이들이 열심히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맞춤법도 몇 번씩 확인해야 하고, 단어 스펠링도 자꾸 확인해야 하고요.

실제 숙제는 본문 1번 쓰기지만 같은 문장을 몇 번씩 읽고 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무작정

본문 전부 외워, 본문 외워질 때까지 계속 써

 

언제까지 써야 외워지는데요? 아이들은 확신이 없습니다.

자신도 없어요. 

이러면 아이들은 지칩니다. 하기 싫어하고, 안 합니다.

영어 한 과목만 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과목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영어에만 시간을 쏟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정확히 분량, 횟수를 정해주고, 정확한 조건을 제시해야 몰입해서 빨리 끝냅니다.

2~3번 쓰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번 쓰는데 못 하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겠죠? 😉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점들이 많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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