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아이들 이야기

머리 좋은 아이

러브리치 2020. 7. 1. 07:07
728x90
반응형

혹시 아이들에게

 

"넌 머리가 좋으니까 이런 건 금방 풀 수 있어."

"이 어려운 걸 외우다니 넌 머리가 좋은가 봐."

"다른 애들보다 문제를 빨리 풀었네. 넌 머리가 좋구나." ...

 

머리가 좋다는 얘기들을 아이들에게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아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칭찬의 목적으로,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 재촉하는 말을 돌려서 하시는 말씀일 겁니다.

학부모님 입장이시라면 내 아이가 영재, 똑똑한 아이,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한 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낮은 성적을 받거나 성적이 점점 내려가면,

내 아이는 원래 뛰어난 아이인데

선생님을 잘못 만나 내 아이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 한 거라며,

선생님을 탓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요.

 

전 아이들에게 "머리가 좋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이를 망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정말 "머리가 좋은 아이"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스스로 압니다. 

자신이 '머리가 좋다'는 사실을...

다른 아이들은 1시간~2시간, 수십 번씩 손으로 직접 써 보고,

소리내어 읽어보며 열심히 단어를 외워도, 수학 문제를 풀어도 몇 개씩 틀리는데

머리 좋은 자신은 딱히 열심히 하지 않고, 눈으로 1~2번 훑어만 보고, 단어 시험을 치러도 만점이고,

수학 문제는 가장 먼저 풀어도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압니다.

 

여기서 나눠집니다.

'머리를 믿고 노력을 하는 아이'와 '머리를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아이'로 나눠집니다.

 

머리를 믿고 노력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죠.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아이죠.

 

머리를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아이가 가장 걱정입니다.

공부를 하라고 해도 안 합니다. 머리만 믿고...

시험 치르기 전에 한 번만 보면 성적 잘 나온다며...

이 아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내려갑니다.

좋은 머리만 믿고 제대로 된 노력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중 2학년이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깨닫는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습니다. 자율학기제, 자율학년제 시행으로 인해...

꾸준히 노력해왔던 아이들을 이길 수가 없게 됩니다.

그동안 마음 속으로 무시해왔을, 평범하고 열심히 노력해오던 친구들보다 

머리좋은 자신이 뒤쳐지게 되니 자존심 상하고, 불안해지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뒤늦게 공부라는 것을 해 보려고 하나

그동안 공부를 해 본 적도 없고,

오랫동안(30분 이상) 집중해서 노력해 본 적도 없는 아이가

하루아침에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자기 나름대로의 노력은 해 봅니다.

평소 눈으로 1~2번 훑어보고, 손으로 1번 대충 연습해 본 후 단어 시험을 치렀다면

이번에는 눈으로 2~3번 훑어보고, 손으로 1~2번 대충 연습해 본 후 단어 시험을 치릅니다.

결과는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오던 아이보다 좋지 않습니다.

실망하게 되죠. 

 

'난 쟤보다 적게 공부해도 늘 성적이 좋았는데...'

'이번에는 나도 공부 열심히 했는데 왜 쟤보다 더 틀렸지?'

 

다음 번에는 눈으로 3번 정도 대충 훑어봅니다,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손으로 직접 써 보지는 않습니다. 게임을 해야 하는데 손으로 쓰게 되면 게임을 못 하게 되잖아요.

그 동안의 습관을 버리지 못 합니다. 

그 정도로 아직은 자만심에 차 있고 자신의 머리를 믿고 있습니다.

오히려 놀지 않고 1시간, 2시간 열심히 소리내어 읽고,

손으로 열심히 쓰는 애들을 얕잡아 보고 무의식적으로 무시합니다.

 

"내가 너네들보다는 낫지."

"단어도 쉽고, 양도 적고, 이번엔 내가 만점이네."

"이게 뭐가 어렵냐? 금방 외우겠던데... 바보 아니냐?"

 

결과는 똑같습니다. 노력해오던 아이들보다 결과가 좋지 못 합니다.

 

제가 지어낸 말 같나요?

제가 아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아느냐고요?

제가 아이들이 저렇게 말하는 걸 들었느냐고요?

네.

본인들 입에서 직접 들었습니다.

게임하며 단어장 보고 있는 걸 제 눈으로 여러 번 봤고

(저만 본 건 아니고, 다른 선생님들도 자주 보셨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고, 얕잡아보는 말들은 자주 듣습니다.

하지 말라고 수차례 주의를 줘도 자만심이 가득 찬 아이들은 멈추지 않아요.

 

이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면... 

이렇게 머리가 좋았던 아이들은...

노력을 더 하는 게 아니라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명, 핑계, 자기합리화를 위한 말들만 늘게 됩니다.

 

"아는 건데 실수였어요. ㅎㅎ.."

"학교 숙제가 많아서 외울 시간이 없었어요." (핸드폰 게임할 시간은 있었죠)

"너무 쉬워서 외울 기분이 안 나더라고요."

"다른 애들이 만점받을 기회를 줘야죠. ㅎㅎㅎ"

 

안타깝고 아까운 아이들이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유형의 수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옛 말이 딱 들어맞아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죠?

 

이 많은 단어들을 외우느라 얼마나 많이 써 봤을꼬? 손은 괜찮아? 이 예쁜 손이... 😓

소리내서 읽어보느라 목 많이 아팠지? 우쭈쭈쭈... 😊

이 어려운 걸 어떻게 풀었어? 책을 열심히 찾아봤네? 😃

필기를 깔끔하게 잘 해 뒀구나? 역쉬~ ^^

왜 틀렸는지 설명 잘 하네. 평소에 수업 열심히 들었구나? 👍

 

저라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머리가 아닌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태도와 필기하는 성실함, 배운 내용을 되짚어 보려는 노력 등...

다른 아이들도 함께 책을 찾아보게 되고, 필기하는 법도 물어보고

단어 외우는 법, 책의 몇 페이지에 나와 있는지 서로 물어보고 답해주고...

 

머리 좋은 아이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필기하지 않습니다...

 

간혹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평범한 아이들을 달래기위해 

"넌 머리가 좋으니까 이런 정도의 숙제는 금방 할 수 있잖아" 라는 말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그 아이는 정말로 자신이 머리 좋은 아이라 착각을 하고 더 공부를 안 하게 됩니다.

집에서도 "넌 똑똑한 아이야" , 밖에서도 "넌 머리가 좋은 아이야" 라는 말을 들으니

분별력이 없는 아이들은 착각을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들로 

전 아이들에게 머리가 좋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