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10월 4일 일요일

러브리치 2020. 10. 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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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실시간 화상 온라인 교육이 있다.

아침 9시~오후6시까지 8시간.

문제는 내가 신청한 교육 날짜가 '월요일'이라는 것.

내가 연가 내는 걸 매우 싫어하시는 센터장님이 계신다.

10월 5일 월요일이면 추석연휴 직후다.

당연히 월요일에는 출근 못 한다.

연차를 쓰려고 하면 다른 센터에 쓰라고 말씀하신다.

본인 센터에서는 쓰지 말고...

왜? 연차를 쓰는 건 내 권리인데, 올 해 안에 전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데 왜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 하게 하시는 거지?

더구나 교육 일정까지 센터장님과 상의 후 센터장님의 지시대로 교육 받을 날짜를 정해야 하나?

난 교육을 일찍 받는 걸 좋아한다.

늦게 교육 신청을 하면 교육 날짜를 잊어버리거나 계속 신경이 쓰인다. 이런 교육들은 빨리 받고, 빨리 수료증을 담당자에게 보내야지 뭐 하러 시간을 끄나?

엄연한 월권이다. 남은 연차를 죄다 이 센터에 쏟아붓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난 센터의 직원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직원이고, 올 한 해 파견나왔을 뿐이다.

 

상반기에 너무 힘들었다.

센터장님께서 아이들의 교육에 매우 중요하게 여기셔서 한글도 어려워 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영어 수업을 받게 하셨다. 

당연히 아이들은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니 내 말에 제대로 따를리가 없다. 글씨 엉망, 자세 엉망, 반말에 공책에 구멍내고 지우개로 지우면서 일부러 공책을 찢고... 

도망치는 애들도 있는데 전화로 불러서 영어 수업은 꼭 받고 가라고 하셨다.

정원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난 쉴 틈이 없다.

휴게 시간에 업무 일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들마다 수준, 교재의 종류, 진도가 전부 제각각이다.

당연히 밥은 못 먹는다. 

내가 밥을 먹으면 날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는데 마음 편히 먹겠나? 아이들은 빨리 영어를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뿐인데 느긋하게 먹다가는 큰일이다. 그래서 안 먹는다.

커피 한 잔으로 끼니를 대신했다. 그마저도 마시지 않는다.

화장실을 제때 가지 못해 방광염이 생겼다.

아이들의 스케줄에도 맞춰줘야 했다.

가족들끼리 놀러갈 거라서 빨리 끝내달라고, 외식하러 갈 건데 영어 수업 조금만 해 달라고, 엄마가 집에 일찍 오라고 해서 금방 가 봐야 한다고,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기로 했는데 나부터 먼저 영어 수업해 달라고...

 

해마다 난 사고를 친다.

 

'사고뭉치', '겁없이 상관에게 대드는 말단', '깐깐한 센터장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 '부당한 일을 당하면 무슨 짓이든 할 위험한 사람', '가장 젊지만 가장 실력있고,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으며, 가장 다양하고 많은 경력을 가진 사람'

 

갖고는 싶고, 갖고 있자니 껄끄럽고, 남 주자니 아깝고...

나이로 누르려는 센터장님들도 많다. ㅎㅎㅎ...

나이가 벼슬인가? 요즘 아이들 말로 '나이 부심'이라고 하지, 아마?

 

메뉴얼이 있다. 난 메뉴얼대로 일을 할 뿐이다. 갑을 관계가 어디있나? 굳이 따지자면 우리가 갑이지.

대하는대로 똑같이 대해 줄거다. 유치하게....

젊어서 철이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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